학생용 교육자료 교과서 개념(이론)과 관련된 과학자의 연구 과정과 관련 일화

물은 구멍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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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 소금이 녹죠. 이것을 모르는 사람을 없을 거에요. 소금이 가득 녹은 포화 염화나트륨 수용액에 설탕을 녹이면 녹을까요? 꽉 찼는데 더 녹겠어요? 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엄청 많이 눈을 깜빡이며 보고 있을 것 같아요. 우리 한번 생각해봐요!

* 브라질땅콩 효과?
우리가 땅콩, 아몬드, 호두 등 견과류를 섞어 놓은 견과류를 사먹은 적이 있을 거에요. 이 때 그 통을 열어보면 크기 순으로 큰 것이 제일 위에 올라와 있는 경우를 본적이 있을 겁니다. 고체 물질이 섞인 혼합물을 흔들면 고체 덩어리가 움직일 때 가운데에서는 올라오고 가장자리 부분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 때 자연스럽게 크기가 작은 물질은 아래로 내려가고, 크기가 큰 물질은 위로 떠오르는 현상을 볼 수가 있어요. 특히 어머니 옆에서 관찰해보면 잡곡밥 속 큰 콩이 위에 많이 몰려 있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밥을 지을 때, 한 번 더 고르게 섞어 두어야 하죠.

* 물에는 구멍이 있을까?
여러분, 물은 엄청나게 구멍이 많은 물질 아닐까? 하고 상상해 본 적 없나요? 특히 설탕을 녹일 때를 생각해보세요. 숟가락으로 수 없이 넣어도 설탕은 다 사라지니까요.
물은 구멍이 많으니까 잘 녹고, 식용유는 구멍이 없어서 안 녹는 걸까요? 아래의 그림과 함께 생각해 봅시다.

콩과 좁쌀로 비유한 구멍 모형(500mL + 20mL → (용해) → 70mL보다 작다)

물은 우리가 보기에 자갈 사이에 모래를 넣는 것처럼, 또는 믹스넛 통(흔히 볼 수 있는 견과류 모음이죠)에 브라질땅콩 사이에 들어가고 있는 귀리와 해바라기씨처럼 구멍이 엄청나게 많은 물질같이 보여요. 하지만 만약 정말로 물에 구멍이 많이 있다고 믿는다면 여러 가지 사실을 접하고 고민하게 될 거에요.

첫 번째! 물에 다른 물질을 넣었는데 전체 부피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

물과 아세트산의 용해(물(용매)에 구멍이 존재한다면, 큰 입자 사이에 작은 입자가 끼워져 들어가므로 서로 다른 물질의 용해에서는 항상 부피가 감소해야 한다.(화학 교과서 뒤집어 보기, 자유아카데미)) / 물60mL + 아세트산40mL → (용해) → 아세트산 수용액 100mL보다 많다

우리 주변에서 많이 쓰이는 '빙초산' 또는 '아세트산'이라 불리는, 냄새가 독특하며 우리 주변에서 고체가 되거나 액체로 존재하는 산성 물질이 있는데요. 아세트산과 물을 섞었을 때, 신기하게도 섞기 전 두 액체의 부피의 합과 섞은 후 용액의 부피를 비교해보면 처음의 합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것은 물속에 구멍이 있다는 것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지요.

두 번째! 똑딱이 손난로 속 용액은 존재할 수가 없다!

아세트산나트륨 과포화용액이 든 손난로

우리가 교과서에 배운 내용 중에 '용매 100g 속에 최대로 녹을 수 있는 용질의 양(g)을 수로 나타낸 것'이라는 '용해도'라는 단어가 있었죠. 이 때, 용매 100g 속에 최대로 용질이 녹은 경우를 우리가 포화 용액이라 부르는데요. 포화 용액일 때는 '구멍에 용질이 다 들어가서' 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똑딱이 손난로 속 용액을 조사해보면 아세트산나트륨이라는 물질이 용해도보다 더 많은 양이 용질이 녹아 있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 역시 구멍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어요.

세 번째! 소금으로 포화된 용액에는 더 이상 녹일 수 없어야 하는데.... 설탕이 녹네?!
소금물 포화 용액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즉, 물이 가진 모든 구멍에 소금이 다 들어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잠시 뒤에 설탕을 한 스푼 넣어보면 설탕이 스르륵 다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내가 입은 옷에 있는 주머니가 꽉 찼는데 지갑이 하나 더 들어가는 것과 같은 상황! 즉,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거죠.
따라서 들어갈 구멍이 없어 보이는 포화 용액이 아니라, 구멍으로 용질을 녹이는 용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됩니다.

* 찬물에서 마시고 싶은 아이스티, 왜 뜨거운 물에서 더 잘 녹을까?
우리가 여름에 맛있게 먹는 미숫가루나 아이스티는 찬물과 얼음을 넣으면 시원하게 마실 수가 있는데요. 하지만 만들어 마시려고 보면 찬물에 잘 안 녹는 것을 경험할 수가 있어요. 특히 복숭아맛 아이스티는 더더욱 잘 안되죠... 덥고 힘든데 너까지 안 녹니..;;
하지만 뜨거운 물을 약간 준비해서 녹인 뒤에 얼음을 함께 넣으면 훨씬 더 진하게 마실 수 있는데요. 이 때 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번 생각해봐요!!

몇 가지 물질의 용해도 곡선그래프 그림

다른 물질을 녹이는 물질을 용매라고 부르고 녹는 물질을 용질이라고 하는데요. 용매와 용질은 양성자, 중성자, 전자, 원자, 분자로 이루어지는 물질이기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면 분자운동이 점점 빨라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①용매-용매와의 상호작용, ②용질-용질끼리의 상호작용, ③용매-용질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모습이 다양해지게 되죠. 용매에 용질이 녹는다는 것은 사실 ①번과 ②번이 약해지고 ③번이 강해진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따라서 물에 소금이 녹는 것과 물에 설탕이 녹는 것은 다른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용해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죠. 새롭게 만들어진 용매-용질의 상호작용이 더욱더 둘의 사이를 안정하게 해준다면 빠른 속도로 용매에 용질이 녹게 될 것입니다. 물질의 고유한 특성이기 때문에 용질이 용매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정도가 각각 다르게 되요.
그렇다면 온도를 높여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온도를 높여주면 용매와 용질의 활발한 움직임을 갖게 되어 무질서해지는 경향을 얻게 됩니다. 따라서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자연계가 움직여 나가는 만큼, 용해 현상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용매-용질의 상호작용이 바뀌지 않아도 용해가 더욱 자발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죠. 아이스티를 녹일 때에는 뜨거운(hot) 물이 필요한 이유, 바로 이것입니다.

이 글은 『화학 교과서 뒤집어보기』(백성혜외 공저, 자유아카데미, 2014)를 저자와의 협의하에 편집하여 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