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과 물리의 합작품인 골프공
골프채는 모양이 각약각색이고 골프공은 하나같이 이상하게도 표면이 옴폭옴폭 패어 있다. 왜 그럴까? 또 골프공은 무엇으로 만들까?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전에 우선 골프공의 변천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를 조금 살펴보자.
골프 경기가 처음으로 크게 유행한 14세기의 골프공은 원래 회양목으로 만든 나무공이었다. 그러나 회양목 골프공은 멋진 소리에 비해 멀리
날아가지는 못했다. 17세기에는 쇠가죽을 바느질해 만든 껍데기 속에 삶은 깃털을 채워서 말린 후 나무망치로 두들겨 둥그렇게 만들었다. 물론
그때도 겉은 하얗게 칠했다. 이렇게 만든 골프공은 나무공보다는 멀리 날아가 골퍼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공을 더 멀리 날리고 싶은 골퍼들의
염원은 채워지지 않았다.
19세기 중엽에 골프공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면 공이 더 멀리 날아간다는 것을 발견했고, 20세기 초인 1908년 미국 스폴딩사가 드디어 지금과
같은 골프공을 시판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골프공의 재질 및 표면 딤플(dimple: 옴폭옴폭 들어간 곳)의 크기와 깊이가 공이 날아가는 거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계속되었다. 그리고 1975년에는 물리학자와 화학자의 공동 노력으로, 딤플이 골프공 표면의 약
50퍼센트를 차지하고, 공 위아래 부분의 딤플을 가운데 부분의 딤플보다 더 깊게 만들면 역회전(타격 반대방향으로 회전) 할 뿐 아니라 좌우로 튀는
것을 방지해 똑바로 멀리 나는 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처럼 공의 디자인이 자주 바뀌자 골프협회는 1988년 공의 규격을 세계적으로
통일했다. 크기, 무게, 대칭성, 초기속도, 전체 비거리 등 다섯 항목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만들어 공을 엄격하게 규제하기에 이른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골프공은 2층공과 3층공이다. 2층공은 폴리부타디엔 고무를 가황하여 중심부를 단단하게 만들고, 고무표면을 고탄성
특수수지로 피복한 것이다. 3층공은 가운데에 고무로 된 중심부가 있고, 가는 실 모양의 고무줄을 열 배 정도로 당기면서 이 중심부를 칭칭 둘러감은
두 번째 층이 덮고 있다. 표면은 특수수지로 씌웠는데, 피복에는 이오노머라는 특수 합성수지와 구타페르카라는 천연고무를 사용한다. 이렇게 만든
3층공은 타구감과 컨트롤 특성이 좋아 프로 골퍼들이 애용하고 있다.
그런데 피복에 딤플을 만들면 왜 공이 멀리 갈까? 딤플이 있는 공을 역회전하도록 타격하면, 공의 뒷부분 공기압력이 아랫부분 공기압력보다 낮아진다. 따라서 공은 더 오랫동안 하늘에 머물게 되고 훨씬 멀리 날아간다. 언뜻 생각하면 딤플이라 불리는 움푹 파인 곳이 날아가는 골프공의 공기저항을 크게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기저항을 감소시키고 양력에 비해 비거리를 늘려주는 것이다. 타격할 때 큰 반발력을 보여주는 재료를 선택하고 비행 중에 작용되는 마찰을 조절하는 것, 즉 화학과 물리의 합작이 오늘날 사용하는 골프공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얼마나 기막힌 조화인가.
※ 본 내용은 `진정일의 교실밖 화학이야기`에서 일부 발췌 하였으며, 저자와의 협의를 거쳤음을 알려드립니다.